—그러니까, 그건 가히 재난이었다. 죽이는 것과 살리는 것, 부수는 것과 고치는 것. 그 중 자기와 가까운 것을 고르라면 단연 전자를 고를 필라스에게 시시각각 상태가 […]
[기둥새] 귤이나 까!
필라스는 문 밖에서 우당탕 발 구르는 소리를 듣고 읽고 있던 책에서 눈을 뗐다. 아퀼라가 저녁을 먹자마자 어딘가 나가버린 듯하더니 이제야 들어온 모양이었다. 자정을 조금 지나 […]
One Day at a Thyme with Phllyn 01
11월 22일 (2장, 계획된 만남) -다이아몬드 에이스, 하트 2 (녹슨 열쇠, 자칭 요정) 필라스는 집 앞의 마당을 살피고 있었다. 마당이라고는 해도 잡초가 무성하기만 한 […]
[기둥새] 2023 할로윈
필라스는 여느 때처럼 소파에 드러누워 있었다. 손으로는 활짝 편 책을 지탱하는 채로. 발은 연신 까닥거리면서. 그럼에도 눈은 마땅히 책에 콕 박혀 읽혀지길 기다리는 활자를 쫓는 […]
[기둥새]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이따금 자고 싶지 않은 밤이 오기 마련이었다. 달빛이 좋아서든,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는 고즈넉함이 좋아서든, 또는 단순히 잠이 오지 않아서든. 간간히 풀벌레 우는 소리가 창문 […]
아포칼립스 렌비스 일부 백업
세상은 끝이 났다. 모두가 그렇게 말을 했다. 그럼에도 매일매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우주에 살 곳이 여기만은 아니라며 떠나는 사람도 있었다. 떠나간 사람들은 새로운 곳에서 […]
[기둥새] 이름의 의미 + 첫 만남
필라스. 그것을 이름으로 받은 까닭은 이전 그 이름을 쓰던 이가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보편적으로 장생종에 속하는 뱀파이어들 또한 다른 장생종 못지않게 세대교체가 느렸다. 예기치 않는 […]
[기둥새] 너 없이도, 너 없이는
첫째 날은 괜찮았다. 둘째 날은 그럴 일이 있겠지, 라고 생각했다. 셋째 날은 글쎄.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일주일쯤 되는 날에는 더 이상 올 필요를 못 […]
[기둥새] 흘끗 보인 너의 꿈
백 번 양보해서. 은은한 커튼 뒤로 비치는 햇빛을 등지고 멍하게 앉아있는 시간은 필라스도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아퀼라의 말마따나. 하지만 그것 뿐. 그 이상으로 필라스에게 의욕이 […]
[기둥새] 깜짝이야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적막한 미로 한중간에서, 필라스는 고요하게 떠다니고 있었다. 바깥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더는 그의 관심을 끌 수 없었다. 기나긴 전쟁은 그를 몹시도 […]
[기둥새] 같은 사람, 혹은
―그는 이따금, 아니 자주 집을 비웠다. 필라스가 두꺼운 외출용 로브를 둘러쓰고 침실에서 나오자 아퀼라는 눈을 찡그렸다. 그는 장기간 집을 비울 때가 아니면 저 망할 로브를 […]
나라고 그러고 싶은 게 아니었는데
바스티앵이 막 샤워를 마치고 머리 위에 수건을 얹고 침대 위에 걸터앉으려던 때였다. 그는 묘한 기척이 느껴지는 문가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암살자라고 하기에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