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퀘] 언제나 너는 내게 완벽하여서

 

 —언제나 헤일리는 아름다웠다.

 그러한 문장을 떠올린 그라나트는 그러나 곧 문장의 부족함에 매달렸다. 과거형으로 완결짓기에 헤일리는 어느 때고 완벽하다. 그러니 그는 몇 번이나 문장을 고쳐썼다. 헤일리는 아름답다. 헤일리는 홀로 고고하다. 그러니 너는 항상 완벽하다. 기꺼이 몸을 던져 엎드려 숭배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 신도가 감히 신을 독점하려는 불경을 저지를까.

 —그토록 헤일리는 한없이 무결하여서.

 언제나 그라나트는 헤일리의 뒤에 있었다. 하염없이. 손끝이라도 스칠라 하면 멀리 달아날까 두려워 그렇게 머물렀다. 그리하여 그가 가장 익숙한 헤일리는 저를 등지고 있는 모습을 했다. 언제든 손을 뻗으면 닿을 것을 알면서도, 끝내 뻗지 못하는 절대적인 간극이 항상 사이에 있었다.

 “아…….”

 그라나트는 익숙하게 그를 위해 존재하는 하늘의 한 조각을 발견했다. 그것은 숨을 쉬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의 눈은 오래 전부터 헤일리를 바라보기 위해 존재했으므로. 하지만 정말 눈이 먼저 찾아내는 것일까, 보였기 때문에 바라보게 되는 것일까. 잠깐 그는 따져봐야 소용 없는 일을 마음에 담았다가 이내 흘려보냈다.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었으니.

 오늘은 너를 잡아도 될까?

 그는 마치 자유롭게 하늘을 가로지르는 새처럼. 헤일리가 질색을 하며 떠나가는 것은 그라나트에게도 이제는 퍽 익숙한 일이었지만. 익숙하다 하여 아무렇지 않게 무뎌진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요즘에는, 꽤 많이 그를 위해 한 일이 많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모자르다면 더 채워야지. 오로지 그를 위해서. 더는 아닌 척 하고 싶지 않아서. 솔직하고 싶었다.

 깨닫고 보면 이미 손이 맞닿아 있었다.

 “…….”

 놀라우리만치 긴 침묵이었다. 평소라면 벌써 소리를 질렀거나, 경멸의 시선을 보낼 법한데도. 그라나트는 헤일리가 의외로 오래 내어주는 틈을 허투루 놓치지 않았다. 영겁과도 같은 찰나. 다가붙는 온기는, 왠지 불티가 튀는 듯한 열기가 있었다. 그는 재빠르게 헤일리를 살폈다. 모든 것이 평소와 같았다. 하지만 지긋하게 왼편을 향하는 고개와 그 아래 단정한 머릿결 사이에 숨은 귀가 조금, 빨갛다?

 “아, 좀, 꺼져!”

 한 박자 늦는 짜증에 그라나트는 여지없이 주춤거렸다. 빠르게 멀어지는 헤일리의 뒷모습은 오늘도 찬란했다. 이번에도 홀로 남은 그는 오래도록 헤일리의 시선이 남은 왼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자리에는 그저 참나무 울타리가 울창하게 서 있었고, 어느 한 그루에는 겨우살이 나무가 올라 앉아 있을 따름이었다.

 어제. 흥청망청 분위기에 취해. 저 아래에서 키스를 했었지. 헤일리와.

 ‘8월이잖아 멍청아.’

 ‘사랑 고백에 날짜가 중요해?’

 분위기에 취해, 헤일리도 어느 정도 빈틈을 내어주고 있을 때. 그라나트는 그런 순간이 간절했다. 아무 소리나 내뱉으면서 질질 시간을 끌고 싶을 정도로. 그것만으로 그가 잠깐이라도 웃어준다면. 그럼 무슨 이유를 대서라도 사랑을 고백하리라. 12월은 너무 머니까. 11월은 어떤 일이 생길 지 모르니까. 10월은 너도 나도 바쁠 테니까. 9월을 기다리기 싫어서. 그러니까 8월. 오늘. 지금. 나는 너에게. 끝내 거절하지 못하는 헤일리의 숨결은 달았고, 그라나트는 애가 달았다. 그럼에도 조급하지 않게 맞닿는 입술은 주변 공기만큼 후덥지근해도 무겁지 않았다. 날갯짓하는 새의 깃털처럼 단숨에 떨어졌으니까.

 ‘너는 진짜 나쁜 놈이야.’

 그 때도 꼭 아까처럼, 헤일리는 귀가 새빨갛더랬다. 당장에 치미는 갈증에 그라나트는 입술을 손등으로 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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